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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2

복실이는 참 복도 없지 사생결단: 죽고 사는 것을 상관하지 않고 끝장을 내려고 함. 사(死) 신은 죽었다. 니체가 개소리를 선언하고 백 년이 지난 어느 병동에서 나는 그 빌어먹을 문장이 도대체 뭘 의미하는지 뼈저리게 알게 됐다. 이유 모를 원인으로 고꾸라진 여자의 차가운 가슴을 두 시간 동안 압박하면서 내가 찾아댄 건 신 대신 자동재새동기였으니까. 그리고, 50분 만에 도착한 보호자가 핏대를 치켜세우고 원망을 배설한 대상 역시도 와이프를 죽음으로 이끈 신이 아닌 땀에 범벅 댄 의료진이었으니까. 차갑게 식어버린 한 구의 시체를 영안실로 옮기면서 나는 미세하게 울려 퍼지는 음악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무슨 소리지?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의문의 사운드는 담배연기치럼 미세하게 피어오를 뿐이었다. 아수라장이었던 아까와 달리 적막한 복도.. 2024. 3. 31.
나를 찾아줘 1화 나를 찾아줘 Find me, somewhere in Motel 조그마한 얼굴에 잘록한 허리를 과시한 채 직사각형에 갇혀있던 여자. 그녀의 의도와 달리 담요라도 덮어주고 싶은 일말의 감정이 들 만큼 그녀는 추워 보였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그런 그녀를 아스팔트 곳곳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 그 사이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한 걸까. 아니면, 10월의 이른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걸까. 세상은 항상 이런 식으로 굴러간다. 내가 필요할 때 그것은 그곳에 없다. 미뤄둔 공허가 찾아온다. 이자율이 센 대출 같다. 원금은 어느새 원래의 형태를 잃고 이자로 뭉쳐진 비대한 눈덩이로 변모한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항상 이런 식이다. 8차선 도로 위에 덩그러니 놓인 기분. 쌩쌩 달리는.. 2023. 12.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