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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2

검정 달력 검정 달력 Just calendar 남자가 다시 집으로 돌아왔을 때, 세상은 그 자리 그대로 있었다. 한 달 동안의 제주도로의 여행은(그는 주변 모두에게 자신이 제주도로 떠나 있을 것임을 공공연히 선포했다. 꽤나 비장하게) 솔직히 즐겁지 않았다. 성인 한 명만 겨우 누울 정도의 복도와 양 옆으로 설치된 이층 침대에 가득 찬 네 명의 남자, 새벽마다 윙윙거리는 모기, 싸구려 모텔 침대처럼 낑낑거리는 베드. 이는 그가 진에어 비행기가 제주국제공항에 착륙하고서 울려 퍼지던, 환영합니다. 환상의 점 제주입니다. 와는 전혀 딴판이었던 것이다. 적어도 그에게는. 심지어 그는 온 지 3일 만에 지독한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목이 따끔하고, 콧물이 쏟아지고, 열이 나기 시작했다. 친구가 부러운 목소리로 그에게 전화를 .. 2023. 12. 28.
빨간 달력 빨간 달력 Calendar full of holidays 사장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뭔가? 사장은 호탕한 목소리로 말했다. 떡락했던 주식이 올랐을 때나 볼 수 있는 표정이다.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 연말이고, 연말에는 달력이 소위 달력 돋친 듯 팔리기 때문이다. 아무리 디지털 시대라도, 조류 독감이랑 비슷한 어감의 인공지능 어쩌고 저쩌고 해도 사람들은 종이로 된 달력을 구매했던 것이다. 탁상 위에 고이 올려둔 달력의 힘은 여전히 건재했다. 그는 이 건실한 일을 이 자리에서 자그마치 26년 동안 해왔던 것이다. 디지털? 엿 먹으라고 하지! 반면, 들뜬 사장과 달리 직원은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그가 쭈뼛대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가 큰 실수를 하나 했습니다... 어떤 실수? 지금 이 기분이.. 2023. 12. 21.